우리 할머니께서는 올해 86의 고령이십니다.
나이가 많이 드셨죠.
할머니께서는 지금껏 평생을 가계부를 쓰십니다.
오늘 아침에도 이렇게.. 물마시러 나가보니.. 가계부를 적고 계시더군요.
뭘 그리 적을것이 있을까.
엎드리셔서 어제 쓰신 돈들과 사오신 것들.. 계산서를 펼쳐 놓으시고 이리 저러 적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할머니께 왜? 가계부를 쓰시냐고 넌지시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오늘은 얼마를 쓰고, 작년 이맘때는 뭘 쓰고.. 얼마를 쓰고... 하는 걸 보려고.. 왜??? "
웃으시면서 이야기를 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금융에 대한 생각을 하는 저로써는 이런 마음을 알려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돈은 소중하게 다루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돈은 인생을 대변하거나 인생을 바꾸거나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결코 없습니다.
절대로 그런일이 일어나면 안돼겠죠... 그건 비극이니까요.
그러나, 돈을 소중히 다루는 것은 개인의 지출과 삶속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이미 다른 글들에서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만큼, 돈은 우리가 다루는 감각과 능력에 따라 똑같이 주어진 돈이라도 그 결과물의 차이가 상당하죠.
가계부는 돈을 다루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가계부를 산다거나, 가계부 프로그램이나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은, 보다 많은 정성을 요구합니다. 물론 이렇게 체계적으로 해나간다면, 최고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초적인 재무와 회계감각을 키워나가며 오히려 재무 담당자나 회계 담당자 보다 더욱더 밝은 눈과 깨끗하고 넓은 눈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자신이 이러한 가계부 기록 약속을 어길 것이라 생각이 든다거나 아니면, 한번 시도 부터 해보고자 할 때 가계부는 쓰다 남은 공책 이나 작은 수첩이면 충분합니다.
우선 가계부를 쉽게 쓰시려면, 가계부를 적는 시간을 적절히 배분을 하셔야 합니다.
만약 한 순간에 다 적고자 한다면, 그 한순간이 오지 않거나 올 수 없다면 바로 가계부는 점점 자신과 멀어지는 것이죠.
가계부를 적는 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입니다.
반복적으로 반드시 해야만 돈의 수치가 맞아들어갈테니까요.
하지만, 처음부터 자신의 가계부를 남들과 또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것과 동일하게 유지하거나 이끌어 나갈 필요가 없습니다.
말그대로 무엇을 샀는지를 기록만 해도 일단은 가계부의 최소한의 조건은 성립이 되니까요.
가계부로 정한 것에
"새우깡 : 몇백원"
"음료수 : 몇백원"
이렇게 적고 마지막에 총합... 얼마...
이런식으로 항목과 누계 두가지만 존재하면 세상의 어느 회계표라도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포함하는 대단한 가계부로 거듭나게 됩니다.
누군가는 지하철에 타면, 가끔 한손에 계산기를 들고 열심히 뇌를 훈련 시킨다고 계산을 합니다.
그 숫자는 계산할 가치가 있으면서 정작 연봉협상 시즌과 생활비 오른다는 기사앞에서 열을 바짝 올리는 이유가 뭘까요.
그 기계의 프로그램이 뇌를 활발하게 한다면, 자신의 가계부 수첩은 뇌의 활동과 여러분의 경제적 여유를 선물해 줄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오고가는 물건들의 가격들 시세를 감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가계부의 끝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가계부를 너무 쉽게 보신겁니다.
가계부는 경제 일기장입니다.
왜? 일기장이 되냐고요.
자신이 무엇을 쓰고 먹고, 입고 했는지가 개략적으로 나타납니다.
작년에 무슨 코트를 얼마에 샀는데 올해도 이정도 사면 되겠구나.
작년에 누구에게 얼마치 선물을 했으니 올해는 이만큼을 더 해줘서 섭섭하지 않게 해줘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숭고한 일기 쓰기를 합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자신의 기록이죠.
그리고, 이 아름다운 자신의 기록에 하나가 더 존재하는 것이 바로 가계부 입니다.
가계부는 여성들의 전유물...
이런 생각에 주머니에 동전은 가득한데... 주머니에 동전은 있는데 지폐가 없는 것이 아닐까요.
꺼내기 편한 지폐는 편안하게 빼쓰면서 잔돈 푼돈들은 그저 이리 굴러다니고 저리 굴러다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경제적인 동물 이라면 가계부가 생활의 근거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복잡하고 어렵게 문제를 푸는 만큼 문제는 어려워 질때도 있습니다.
이런것이 바로 가계부를 작성할때라는 생각이 드네요.
문제를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지 마시고 처음 부터 자신이 기꺼이 성실히 하실 수 있는 방법으로 시작하시기를 바랍니다.
80대 할머니도 하실 수 있는 가계부... 할머니의 낡은 가계부... 여러분들은 더욱더 잘 하실 수 있습니다.